허삼관 매혈기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로 열여섯 번째 뉴스레터를 발송하게 된 리드나잇입니다.
매월 13일은 '헌혈의 날', 6월 14일은 '세계 헌혈자의 날' 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6월은 헌혈의 날과 세계 헌혈자의 날이 함께하는 달이죠.
이번 달에도 어김없이 헌혈의 날이 돌아왔어요.
헌혈의 날을 맞이하여,
이번 레터에서는 '피'와 관련된 이야기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오늘 다뤄볼 작품 <허삼관 매혈기>는
피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허삼관의 이야기를 담은 책인데요.
헌혈과 매혈은 무엇이 다른지,
매혈이 금지된 이유는 무엇일지 고민하며
아티클 끝까지 함께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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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팔아서 돈을 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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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피를 팔면 삼십오 원을 받는데,
반년 동안 쉬지 않고 땅을 파도
그렇게 많이는 못 벌지.
허삼관 매혈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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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아티클에는 <허삼관 매혈기>에 대한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있습니다. |
피를 팔아서 결혼을 하고,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하면 믿으시겠어요? 놀랍게도 이 일들을 해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허삼관이에요. 소설 <허삼관 매혈기>는 당시 중국의 빈곤층이었던 '허삼관'이라는 인물이 매혈을 통해 인생의 중요한 일들을 해결해나가며 생계를 꾸려가는 모습을 담고 있어요.
허삼관은 살아가며 총 10번의 매혈을 합니다. 그 이유는 뭘까요?
✔ 결혼을 위해서
✔ 첫째 아들 '일락'이가 때린 이의 치료비를 대기 위해서
✔ 죽으로 허기를 달래던 가족들과 한 끼 식사를 하기 위해서
✔ 둘째 아들 '이락'이가 속한 생산부장을 대접하기 위해서
✔ 첫째 아들 '일락'이의 간염 치료비를 벌기 위해서
이 외에도 몇 가지 이유가 더 있지만, 어쨌든 허삼관은 가족의 평화와 생계 유지를 위해 매혈을 해요. 이렇게 허삼관이 10번의 매혈을 하는 이야기가 <허삼관 매혈기>의 주된 내용입니다. |
<허삼관 매혈기>는 '위화'의 장편 소설로, 위화는 이 작품을 통해 명실상부한 중국의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고 해요. 2015년에는 우리나라에서 <허삼관 매혈기>를 원작으로 한 영화 <허삼관>이 개봉하기도 했죠. |
드릴 헌(獻)자와 피 혈(血)자가 더해져 만들어진 한자어 '헌혈'은 '피를 드린다'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즉, 헌혈은 '누군가에게 피를 준다'는 의미만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죠. 이처럼 헌혈은 기부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금전 거래가 오가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
반면, '매혈'에는 상반된 두 가지 의미가 있어요. 살 매(買)자와 피 혈(血)자가 더해진 한자어와, 팔 매(賣)자와 피 혈(血)자가 더해진 한자어 모두 '매혈'입니다. 즉, 매혈은 피를 사고 판다는 의미를 모두 가지고 있는거죠. <허삼관 매혈기>에서는 허삼관이 피를 파는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허삼관의 입장에서 '매혈'은 피를 판다는 의미를 담게 되는거에요. |
소설 <허삼관 매혈기>에서 '허삼관'의 이야기는 허구였지만, 소설 속 사건들이 완전히 거짓된 것은 아니에요. 실제로 당시 중국에는 매혈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소설을 통해서도 당시 중국의 빈민층은 빈번하게 매혈 행위를 일삼았다는 것을 알 수 있죠. 더욱 놀라운 것은, 매혈 행위는 아직도 암암리에 벌어지고 있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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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163.com |
중국 광둥(廣東)성 지에양(揭陽)이라는 지역에는 매혈자*가 집중 거주하는 마을이 있다고 합니다. 위 사진은 그 마을에 사는 주민들이 매혈하기 위해 줄을 선 모습이에요. 이 마을에는 평균 수백 명에서 많을 때는 1천 명에 이르는 매혈자가 상주한다고 해요. 매혈자들은 전문적인 매혈 조직에 소속돼 이들의 지시에 따라 피를 팔아 생계를 유지합니다. 이들은 한 달에 평균 7차례 이상 피를 팔고 있으며, 매혈 이후 피를 빨리 형성되게 하려고 장기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는 독성이 강한 약까지 복용하고 있다고 해요.
*매혈자 : 피를 판매하는 사람들 |
이러한 사례는 중국의 헌혈법을 위반한 것입니다. |
✔ 헌혈자의 매회 혈액 채취량은 보통 200밀리리터이며, 최대 400밀리리터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
✔ 두 번의 채취 간격은 6개월 이상이어야 한다.
✔ 헌혈자가 혈액검사소에서 전항의 규정을 위반하여 과다, 빈번한 혈액채취를 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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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헌혈법에서는 한 번에 한사람으로부터 400cc 이상의 피를 뽑을 수 없고, 헌혈한 뒤 6개월 이내에는 다시 헌혈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혈 조직은 위조 신분증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고, 혈액원에서도 형식적인 검사만 하고 있기 때문에 매혈의 횟수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요. 실제로 이틀에 한 번 꼴로 매혈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한 달에 16차례나 매혈한 사람도 있었다고 합니다. 소설 속에서 허삼관도 10일 동안 4번의 매혈을 했다고 서술되는데, 이는 명백한 헌혈법 위반인 셈이죠. |
밤 기차를 탄다
피를 팔아서 함박눈은 내리는데 피를 팔아서
뚝배기에 퍼 담긴 순두부를 사 먹고
어머님께 팥죽 한 그릇 쑤어 올리러
동짓날 밤 기차를 탄다
눈이 내린다
정호승, <매혈>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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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면 매혈이 먼 나라 남의 이야기 같지만,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매혈이 성행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앞서 소개한 정호승 시인의 <매혈>이라는 시만 봐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매혈이 행해졌던 때가 있었어요. |
1955년 문을 연 서울 백병원 혈액은행 앞에는 새벽부터 피를 팔려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쳤다. 혈액은행은 건강할 때 피를 뽑아 저장해 두었다가 긴급히 필요할 때 수혈하라는 취지로 설립됐지만 실제로는 매혈 장소로 이용됐다. 사람들은 앞자리를 차지하려고 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검사를 통해 매혈을 거부당한 사람들은 의사에게 행패를 부리거나 협박을 하기도 했다. 피를 팔려는 사람들은 한 끼라도 밥을 먹기 위한 절박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피를 팔아 학비에 보태려는 고학생, 화장품을 사겠다는 여학생도 있었다(동아일보 1955년 6월 29일자). 당시 백병원 혈액은행에 피를 파는 사람은 1주일에 60여명 정도였다고 한다. |
ⓒ출처 | 서울신문 '[그때의 사회면] 슬픈 기억, 매혈/손성진 논설주간' |
혈액을 매매하는 행위를 넓은 의미의 장기 매매로 보아 법으로 금지한 것은 1999년이었어요. 그전까지는 혈액을 사고팔아도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고 해요. 1970년대에 들어서야 매혈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헌혈 운동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1980년대에 적십자사는 매혈을 통해 하던 혈액 사업을 중지하고 헌혈만을 취급하기로 했어요. |
제3조(혈액 매매행위 등의 금지)
① 누구든지 금전, 재산상의 이익 또는 그 밖의 대가적 급부(給付)를 받거나 받기로 하고 자신의 혈액(제14조에 따른 헌혈증서를 포함한다)을 제공하거나 제공할 것을 약속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누구든지 금전, 재산상의 이익 또는 그 밖의 대가적 급부를 주거나 주기로 하고 다른 사람의 혈액(제14조에 따른 헌혈증서를 포함한다)을 제공받거나 제공받을 것을 약속하여서는 아니 된다.
③ 누구든지 제1항 및 제2항에 위반되는 행위를 교사(敎唆)ㆍ방조 또는 알선하여서는 아니 된다.
④ 누구든지 제1항 및 제2항에 위반되는 행위가 있음을 알았을 때에는 그 행위와 관련되는 혈액을 채혈하거나 수혈하여서는 아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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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의 혈액관리법이에요. 우리나라는 혈액 매매행위를 금지하고 있어 필요한 혈액의 공급은 오로지 헌혈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죠. 그래서 우리는 허삼관처럼 피를 팔아 돈을 버는 행위는 할 수 없어요. 헌혈한 이에게 문화상품권을 나눠주던 시절도 있었는데, 숭고한 뜻을 깎아내린다는 이유로 문화상품권 지급은 2011년부터 중단됐어요. |
헌혈은 피를 준다는 뜻, 매혈은 피를 사고판다는 뜻이라고 했어요. 과거에는 매혈이 빈번하게 일어났으나, 지금은 국가에서 매혈을 금지하고 헌혈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허삼관 매혈기>의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빈민층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단 중에는 매혈이 있다고 언급했었죠. 빈민들은 중산층, 상류층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건강관리에 투자할 여력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헌혈 시 수혈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는 B형간염, C형간염, HIV, 매독 등의 감염병에도 훨씬 취약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은 국제적으로 수입이 높은 국가와 낮은 국가를 비교하였을 때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
ⓒ출처 | Global Status Report on Blood Safety and Availability (2016), WHO (표 재가공) |
위 표는 국가의 수입에 따라 소득층을 4가지 단계로 나눈 뒤, 해당 국가의 사람들이 헌혈을 했을 때 대표적인 혈액매개 감염병인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B형간염(HBV), C형간염(HCV), 매독(syphilis)검사결과가 양성으로 나타난 비율을 나타낸 표입니다. 소득수준이 낮은 국가로 갈수록 헌혈한 피에서 해당 질병군에 양성 반응을 보인 비율이 높아짐을 확인할 수 있어요. 양성률이 높아질수록 수혈받은 사람이 해당 질병에 감염될 확률은 높아지죠. 즉, 소득수준이 낮은 국가에 거주하는 수혈자는 소득수준이 높은 국가의 수혈자에 비해 혈액매개 감염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WHO에서는 자발적 무상헌혈*자의 수혈전파성 감염질환* 유병률*이 매혈을 한 사람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는 연구 결과도 지속해서 발표하고 있어요. 이렇게 여러 연구들이 매혈보다 헌혈을 통해서 혈액을 공급받는 것이 더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매혈은 자취를 감추게 되었죠.
*자발적 무상헌혈 : 아무런 대가 없이 자유 의지로 하는 헌혈.
*수혈전파성 감염질환 : 수혈을 통해 감염될 수 있는 질환(간염, 에이즈, 말라리아, 매독 등)
*유병률 : 어떤 시점에 일정한 지역에서 나타나는 그 지역 인구에 대한 환자 수의 비율. |
매혈이 법적으로 금지된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헌혈만을 통해 피를 공급받을 수 있죠.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헌혈을 빙자한 매혈이 이루어지는 일도 있는데요, 이런 현상은 일반 헌혈이 아닌 지정헌혈 등의 특수한 상황에서 자주 발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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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중고나라(지정헌혈 사례금 제시 및 요청 글) |
지정헌혈은 의료기관 및 환자가 지정 의뢰한 헌혈 지원자가 대한적십자사 혈액원에서 헌혈 후 그 혈액을 지정된 수혈자에게 수혈하는 헌혈을 말합니다. 지정헌혈자를 위해 사례를 한다는 둥, 사실상 말만 ‘헌혈'이지 실제로는 ‘매혈'과 다름없는 행위죠. 이에 헌혈만으로 피 공급을 원활하게 활성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요. |
특히, 코로나 19가 장기화되면서 혈액 수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점이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헌혈자의 대부분은 20, 30대이고, 특히 회사원들의 비중이 크다고 해요.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로/근무 등으로 근무 형태가 전환되며 헌혈 참여가 줄어들었고, 헌혈률은 전년 동기간 대비해서 10% 이상 감소했다고 합니다. 이 외에도 코로나에 걸렸다가 완치된 후에도 4주 동안은 헌혈을 할 수 없다는 점이 혈액 수급 부족에 기여했어요. |
헌혈률은 해가 지날수록 점점 감소하고 있습니다. 대한적십자사에서는 혈액수급위기단계를 다음과 같이 4단계로 나눠두었어요. |
코로나 19와의 장기화로 하루 혈액 보유량은 '관심'과 '주의' 단계를 오락가락 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코로나 19 이전에도 부족했던 혈액의 양이 더욱 부족해진 셈이죠. 우리 모두 아주 작은 관심을 기울여 헌혈에 참여해 보는 건 어떨까요? |
우리는 언제 수혈을 받을 상황에 처할지 모릅니다.
건강할 때 헌혈하는 것은 자신과 사랑하는 가족을 위하여,
더 나아가 모두를 위한 사랑의 실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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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이 said: 지금 이 순간에도 혈액 공급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헌혈에 참여하여 보유 혈액이 부족하지 않은 사회가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
📃 리드나잇의 오늘의 아티클 📃
<피를 팔아서 돈을 번다고?>, 재밌게 읽으셨나요?
세줄 요약을 보며 정리하는 시간을 마련했어요✌️
💁 헌혈은 피를 제공한다는 의미, 매혈은 피를 사고판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피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헌혈과 매혈 사이에 큰 차이가 없어보이지만, '돈'이 오고가느냐의 여부에 따라서 헌혈이 될 수도, 매혈이 될 수도 있어요.
💁 당시 매혈은 빈민계층의 생계유지수단으로 활용되었어요. 매혈이 금지된 이후에도 암암리에 매혈 행위를 일삼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법적으로 금지되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매혈이 행해지던 때가 있었어요.
💁 코로나19의 장기화로 혈액수급이 어려운 상태라고 해요. 조건이 맞다면 헌혈에 참여하는 것은 어떨까요? |
리드나잇이 준비한 열여섯 번째 아티클은 여기까지 입니다. 읽느라 고생했어요⭐️🌙
그럼 오늘도, 굿나잇 리드나잇! |
리드 나이터 의 이야기가 궁금해요!
오늘의 아티클은 어땠는지,
혹은 별이와 달이에게 하고 싶은 말,
에디터에게 전하고 싶은 피드백 무엇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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