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아시안'의 로맨스, <우리 사이 어쩌면>
여러분 안녕하세요? 서른 세번 째 뉴스레터를 발송하게 된 리드나잇입니다.
오늘은 바로 빼빼로 데이!
리드나이터 여러분은 혹시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와 같은 다른 로맨스데이와
빼빼로데이의 차이점을 알고 계시나요?
빼빼로데이는 거의 유일무이하게 기업들이 아닌 소비자들이 만들어낸 날 이라고 해요.
소비자들이 스스로 특별함을 부여해 빼빼로데이의 정체성을 만들어나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오늘의 리드나잇은 로맨스 영화 <우리 사이 어쩌면>과 함께
빼빼로데이처럼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내는 한 집단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사랑에 싹트는 날 답게 달콤한 로맨스 영화를 준비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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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자리는 우리가 만들어!
'아시안'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들이 특별한 이유
오늘의 이야기, <우리 사이 어쩌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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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아티클에는 <우리 사이 어쩌면>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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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으로 '국' 가져온 애 옆에 앉으려는 애는 없어.
'국' 가져온 애들끼리 앉겠지
영화 < 우리 사이 어쩌면 >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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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 어쩌면>은 이웃 사이였던 사샤, 마커스의 이야기입니다.
소꿉친구인 둘은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어느날 밤, 키스에 이어 열렬한 사랑을 나눈 이후 급속도로 어색한 사이가 됩니다. 그 후 시간이 지나 서로 어른이 된 둘은 사샤는 LA 스타 셰프로, 그리고 마커스는 에어컨 수리 기사로써 사샤의 집에서 다시 재회하게 되죠.
<우리 사이 어쩌면>은 소꿉친구 사이의 사랑 이야기를 재밌게 그린 점에서도 화제가 됐었지만,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 최초로 두 주연이 모두 아시안이며, 그들의 문화가 잘 나타난 영화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찬사를 보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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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초의 '평범한' 아시안이 주인공인 할리우드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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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의 <블랙팬서>, <샹치>, <캡틴마블>이 개봉했을 때 전 세계 사람들은 '최초의 ㅇㅇㅇ 히어로' 라는 말과 함께 큰 열광을 보여줬습니다. 관객들은 왜 이러한 타이틀에 열광했을까요?
바로 대표성에 주목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수없이 등장하던 전형적인 백인, 혹은 남성 히어로에 깊은 공감을 느끼지 못했던 사람들이 자신과 비슷한 생김새와 문화권을 공유하고 있는 히어로들이 등장한것에 자신을 투영하며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블랙팬서>의 라이언 쿠글러 감독도 슈퍼히어로의 인종, 젠더적 대표성의 중요도에 대해 말한 바 있구요.
오늘 다룰 <우리 사이 어쩌면> 역시, '최초'를 넘어선 평범한 아시안 주인공을 중심으로 영화가 전개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처럼 보통의 아시안이 주연인 영화가 계속해서 나오고 집중받아야 할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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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안 차별의 역사, 옐로퍼릴 부터 모범적 소수자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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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에 대한 답을 얻기 전에 알고가야 할것이 있어요. 바로 미국 내 아시안 아메리칸에 대한 대우, 그리고 그들의 역사입니다. 미국 사법당국에 따르면, 코로나 19 확산 이후 1년 동안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범죄는 약 150% 증가했다고 해요. 더불어 2020년 3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아시아계 여성 및 노약자를 타깃으로 한 증오범죄 기사 보도는 무려 110개에 달하고 있고요. 그리고 이 사건의 가해자의 대부분은 흑인 또는 히스패닉 계열의 시민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비백인 집단의 아시안 혐오를 부추긴 장본인은 바로 백인들이었죠. (맥락상 편의를 위해 이들을 비백인 집단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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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배척법이 제도화 된 당시 발간된 선전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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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년대, 동양의 아시아인들이 서구를 점령해나갈것이라는 황화론이 대두된 이후부터 19세기 중반,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대거 유입되자 이들의 주류 사회 진입을 제한하기 위해 미국은 새로운 이민법을 마련했어요. 바로 중국인 배척법이라고 불리는 Chinese Exclusion Act 입니다. 미국의 금광 산업이 성행할 당시, 중국인들이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며 백인 광부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사건이 시발점이 됐어요. 배척법이 제도화 된 이후에는 중국인 학살극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후에는 중국 이민자들을 강제로 이주시켜 차이나타운을 만들고 제한된 구역 내에서 중국인들을 관리하고 통제하기 시작했어요. 차이나타운이 중국인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만들어진게 아니라니, 정말 아이러니하죠?
이를 계기로 미국 사회는 이처럼 중국인과 일본인, 한국인, 동남아시아인들을 포함한 다른 이주민들을 '아시안' 이라고 하나로 묶어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의 '미개한' 식습관과 '비위생적' 생활습관을 문명화된 서구의 것과 비교하는 대결구도의 프레임을 대중매체를 통해 지속적으로 선전함으로써 서구의 우월성과 동양의 열등함을 알리며 혐오를 생산해내는데에 앞장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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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백인 집단들의 아시안을 혐오는 '모범적 소수자(Model Minority)' 신화가 대두된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됐어요. 그리고 이 신화는 백인들에 의해 탄생하게 됐죠. 시간이 흘러 아시아인은 미국 내에서 다른 소수민족 집단보다 더 나은 경제적 지위를 거두었고 백인이 주도하는 자본주의 사회 속에 빠르게 편입할 수 있었습니다. 아시안들은 다른 소수민족들보다 높은 학력과 경제력을 통해 성공적으로 미국 주류 사회에 진입하였고, 높은 커뮤니티 능력으로 아시아계 지역사회의 안전망도 구축할 수 있었죠. 이로 인해 미국 사회에서 아시아인들에 대한 고정관념이 생기게 됐습니다. 바로 ‘아시아계 미국인은 열심히 일하고 그들만의 문화적 규범을 잘 따름으로서 미국 사회에서 경제적·사회적 성공을 이룰 수 있었다’는 일종의 신화를 생산해 낸 것이죠.
공교롭게도 이러한 신화는 미국 내에서 흑인 인권운동이 시작될 무렵인 1960년대 처음 등장했습니다. 당시 뉴욕타임즈 매거진에서 “Success Story, Japanese-American Style”의 제목으로 '일본계 미국인의 경제적 성공은 인종차별과 불평등한 사회 구조 속에서 도 규율을 잘 따르고 열심히 일하는 그들만의 문화에 비롯된 것' 이라고 언급한 것 인데요. 여기에 더불어 아시아인과 다르게 흑인은 그렇지 않다는 점도 언급합니다.
이후, 뉴스위크, 포츈지, 타임지 등의 언론에서도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이룬 소위 ‘아메리칸 드림’의 에피소드들을 소개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매체들은 '다른 소수인종들보다 성공적으로 주류 사회에 진입한 아시아인들' 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며 다른 비백인 인종과 아시안에 대한 일종의 대결구도를 만들어내는데에 성공해요.
그리고 비백인 집단의 아시안 혐오를 부추기는 계기가 됩니다.
비백인 집단들을 향해 "우리는 인종을 차별하는게 아니야. 아시아인들을 봐! 개인의 노력으로 엄청난 성장을 이룩했잖아. 차별받는건 바로 너희들이 열등하기 때문이지" 라고 말하며 일종의 책임을 전가한 셈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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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아시안들이 '모범적' 소수자라고 말한 백인들, 이후로 아시안에 대한 대우가 바뀌었을까요?
아시아인들은 이 신화가 대두된 이후로 오히려 양쪽에서 고통받는 처지가 됐습니다. 백인들은 아시아인을 통해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hard work equals success)’ 라는 정치적 메시지를 다른 소수민족들에게 전함으로써, 자신들의 인종차별의 역사를 묵인하고 경제적 위계질서를 유지 및 통제할 수 있게 됐어요.
하지만 백인들은 여전히 아시안을 자신과 다른 집단으로 '타자화' 시키며 주류 사회에서 배제시키고, 흑인, 히스패닉 계열의 이민자들에게는 인종을 갈라치기하는 '꼴사나운' 존재가 돼요.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건이 바로 'LA 4.29 폭동사건' 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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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미국인 상인들이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가시성과 정치적인 힘이 부족했기 때문에
“1970년대 후반과 80년대 초반에 이민 온 한국인들이 경제적으로 성공했다고 해서
미국에서의 지위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었어요."
-캘리포니아 대학교 민족 연구 교수
에드워드 태한 장(Edward Taehan Chang)의 CNN 인터뷰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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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니 킹' 이라는 흑인이 백인 경찰에게 과잉진압 당한 사건을 계기로 흑인들이 LA에서 폭동을 일으킨 일이에요. 흑인들은 백인뿐만 아니라 아시안들도 백인의 편에 서 인종차별에 힘을 보탠다고 생각해 LA 한인타운에도 진입하게 됩니다. LA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경찰 인력은 모두 백인 거주지에 배치되어 한국인들은 스스로를 지킬 수 밖에 없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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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등장한것이 바로 지붕 위의 자경단, '루프 코리안' 입니다.
이후 시간이 지나고 많은 흑인들이 지난날의 과오를 사과하며 어느정도 갈등이 해소되긴 했지만, 여전히 비백인 집단에 의해 아시안이 증오범죄의 대상이 되고있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에요. 그리고 이 사건의 원인을 제공한건 과거의 백인들인것 역시 변하지 않는 사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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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 변호사를 넘어 가장 보통의 존재가 되기 위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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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000명의 실리콘밸리 기술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프린스턴 대학의 수잔 피스크 박사의 2016년 연구에 따르면, 실리콘밸리의 전문가 중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이 가장 큰 인종 집단을 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모든 인종을 통틀어 관리자나 임원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가장 낮은것으로 나타났어요. 이와 같이 아시안을 주류 사회로부터 배제시키는 뿌리깊은 담론과 그들을 향한 선입견은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백인들이 부여한 고학력자, 전문직, 순종적인 이미지에 부합하지 않는 아시아인들은 '인종' 의 영역에도 들어가지 못한 체 완전히 무시되곤 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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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영향은 미디어에서도 여실히 들어나요. 현대 사회나 일상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매체 속 아시안 주인공들은 대부분 고연봉의 직업을 가진 고학력자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주연이 아닌 경우에도 변호사, 조수, 의사 등의 모습을 반드시 띄게 되죠. 그리고 이 미디어는 다시 한번 아시안에 대한 '모범적 소수자'의 재생산해내며 대중들에게 고정관념을 확산시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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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때문에 <우리 사이 어쩌면> 속 주인공인 '마커스' 의 이야기는 더욱 특별합니다. 영화는 마커스라는 아시안 캐릭터를 통해 아시아계 미국인의 의미를 확장시키고 있어요. 마커스는 훌륭한 경력을 가지고 있지도 않고, 대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채 에어컨수리공으로 일하는 무명 밴드 보컬이지만, 여느 아시안에게 그렇듯 이러한 특성이 마커스의 근본적인 결함으로 표현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마커스가 사샤와 재회하는 이유 역시도, 갑자기 음반 계약에 성사하거나 고액 연봉을 받기 때문이 아니라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한 사람으로 성장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이러한 '보통'의 성장 스토리는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이야기인 것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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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자신들 혹은 자신들을 반영한 무언가가 표현된다는 것은
아주 강력하고 중요합니다.”
- 앨런 혼 의장, 월트디즈니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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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우리 사이 어쩌면> 뿐만 아니라 다른 매체에서도 보통의 아시안이 주연이 되는 행보를 적지 않게 보여주고 있어요. 실제로 얼마 전에는 세서미스트리트의 새로운 주인공으로 한국인 캐릭터 '지영' 이 새로 공개되기도 했죠. 이처럼 작은 변화가 모여 큰 영향력을 보여주게 된다면, 역사속의 뿌리깊은 차별이 사라지고 모두가 동등한 사회가 올 날이 머지 않았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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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으로도 미디어에 더 많은 평범한 아시안이 등장했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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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 어쩌면>, 재밌게 읽으셨나요?
세줄 요약을 보며 정리하는 시간을 마련했어요✌️
💁 <우리 사이 어쩌면> 은 할리우드에서 최초로 아시안 두명이 주연을 맡은 로맨틱코미디일 뿐만 아니라, 평범한 아시안의 이야기라는 이유만으로도 많은 열광을 받았어요.
💁 평범한 아시안이 중요한 이유는, 과거 백인에 의해 만들어진 '모범적 소수자' 신화때문입니다. 이는 다른 인종과 아시안 사이의 갈등을 부추기고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아시안들을 주류 사회에서 배제시키는데에 아직까지도 영향을 주고 있어요.
💁 시간이 흘러 지금은 해외의 다양한 매체에서 평범하고 보통의 아시안 주인공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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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사는 가장 보통의 아시안 가정,
그들의 사소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
미국에서 아시안 여성으로써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 그리고
그 현실을 가감없이 알고싶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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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나잇이 준비한 서른 세번 째 아티클은 여기까지 입니다.⭐️🌙
그럼 오늘도, 굿나잇 리드나잇!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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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 나이터 의 이야기가 궁금해요!
오늘의 아티클은 어땠는지,
별이와 달이에게 하고 싶은 말,
에디터에게 전하고 싶은 피드백 무엇이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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